어느 시대든 시대를 역행하며 유토피아를 꿈 꾸었던 이상주의자들이 있었다. 17세기 영국의 사회사상가였던 제라드 윈스탠리도 그러한 인물 중 하나였다. 토지의 공동소유, 공동경작, 공동분배라는, 당시에는 혁명과도 같았던 이상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 꾸었던 이 이상 주의자는 1649년 4월, 후에 칼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이념을 착안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정의의 새로운 법』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하며 이 이상을 구체화시켰다. 영화 <윈 스탠리>는 이처럼 공산주의 이념의 선조와도 같았던 제라드 윈 스탠리의 삶과 이상, 당시의 사회적　배경, 그리고 그의 이상이 현실과 부딪치고, 결국 실패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1961년 데이비드 카우트의 소설 『동지야곱』을 토대로 영국 출신의 감독 케빈 브라운 로우와 앤드류 몰로가 공동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저 예산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배우로 전투신을 구성하고, 17세기를 재현하기 위해 희귀한 종류의 동물을 활용하며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리한 제작방식과 뛰어난 연출력을 통해 박진감 넘치면서도 놀랍도록 아름답고 쓸쓸한 영상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전직 교사였던　 주연배우 마일즈 할리웰은 뛰어난 연기력을 통해 순수하고 단호하며 고뇌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윈 스탠리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저명한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마이클 파웰 이후 가장 불가사의하게 아름다운 영국 영화이자 내가 기억하는 한 20세기 이전을 다룬 최고의 역사 영화이다.”영화가 끝나면 당신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