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M. 에이젠슈타인은 혁명이 자신을 기술자가 될 전통의 고리를 끊게 하고 예술가가 되게 했다며 혁명이야말로 자기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주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10월>은 그처럼 혁명으로부터 자유를 쥐게 된 한 예술가가 만든 혁명에 대한 영화이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10주년을 기념할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제작에 착수한 에이젠슈타인은 1917년2월, 사회주의의 길로 향하는 프롤레타리아의 첫 번째 승리로부터 10월 노동자·농민의 혁명이 완수될 때까지의 과정을 <10월>에 담았다. 영화는 우리에게 혁명이 진행되던 시대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해주고, 스펙터클과 시각적 충격을 담은 비주얼들을 제공해준다. 한편으로 <10월>은 혁명의 대의를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전파하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로서는 자기 임무를 다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시 된 작품이기도 했다. 영화가 공개되었던 당시, 관료들과 비평가들은 이것이 노동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영화라며 비판했다. 사실 에이젠슈타인에게도, 그저 혁명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혁명적 형식을 가진 새로운 시대의 영화를 만든다고 하는 생각이 더 중요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여기서 이미지들을 병치해 추상적인 관념을 표현한다는 ‘지적 몽타주’를 과감하게 실험했다. 예컨대, 부르주아와 지주계급을 대표한 임시정부의 총리 케렌스키의 숏들과 나폴레옹의 석고상 숏들을 나란히 병치함으로써 그가 허영과 정복욕으로 가득한 인물임을 묘사하는 시퀀스는 아주 유명한 것이다. 에이젠슈타인에게 씌워진 ‘형식주의자’라는 혐의의 시발점이 된 <10월>은 다른 식으로 보면 그가 생각했던 이론의 영화적 적용과 형식적 실험에 있어서의 한정점이란 얘기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