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의 도시 근교에서 살고 있는 12살 소년 수사는 어머니가 일하는 불법 보드카 양조장에서 나온 보드카를 술집이나 뒷골목으로 배달하는 일을 한다. 그는 보드카를 배달하는 일 외에도 단속 경찰을 피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 불량배에게 돈을 빼앗기는 일도 매일 거르지 않고 치르는 서글픈 일상을 살아간다. 어깨에 짊어진 가방처럼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는 힘은 아빠가 돌아오면 대도시로 떠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리고 그의 희망은 바로 코앞에 있는 듯하다. 꿈꾸는 소년 수사의 일상, 희망과 좌절, 저항과 재기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그루지야의 지금 어딘가를 네오리얼리즘 방식으로 담아낸다. 60여 년 전 전후 로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전거 도둑>이 비전문 배우에게서 기적과 같은 연기를 이끌어 내었듯이, 이전에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일상을 담백하게 묘사하면서도 풍부한 감수성을 만들어낸다. 희망으로 힘든 노동을 견디는 소년이 겪는 실망이라는 단순한 상황을 통해 영화는 그루지야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스케치하며 사회적, 정치적 비판을 담아낸다. 희망을 버리고 순응하길 바라는 어른들 틈에서 소년은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폐허가 된 도시 곳곳을 헤맬 것이다. 다시 일어선 소년의 뒷모습은 통렬한 아픔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