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월드>는 부조리한 인간이 가는 길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이다. 경찰조사관 소티리스는 억울하게 피해를 볼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의 공정함을 발휘하여 조사에 힘쓴다. 어느 날 그는 동료 미나스와 함께 살인사건에 연루된다. 사건을 목격한 건물 청소부 여인 도라와 소티리스가 미묘한 관계에 빠지면서 그의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불공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소티리스의 생의 신조이다. 모든 사람은 선의에 따라 움직인다는 믿음을 가진 그는 우연한 계기에 의해 자신의 믿음을 시험받게 된다.

소티리스의 신념처럼 ‘삶은 결코 공정하거나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세계관에 기초한 이 영화는 불의와 부조리에 물든 세상을 냉소한다. 차가운 유머와 아이러니한 상황은 아키 카우리스마키를 연상하게 하지만 일체의 인간애와 온기를 제거한 냉정한 시선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카우리스마키 스타일과 구별된다. 에드워드 호퍼 풍의 그림 같은 초현실적인 세트, 와이드스크린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