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는 인도에서 기원하여 수백 년에 걸쳐 서유럽의 여러 나라에까지 흩어져 살며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이들은 누구를 해하지도 않았고, 전쟁에 참가해 본 적도, 또 어떤 나라를 점령해본 적도 없었지만 언제나 사탄으로, 혹은 마녀로 멸시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차별과 멸시로부터 그들의 문화를 지키는 투쟁을 해야 했다. 쟈스민 델랄 감독의 <집시 카라반 이야기>는 마케도니아, 루마니아, 인도, 스페인 등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모인 다섯 개의 집시밴드가 6주 동안 미국을 연주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이자 로드 무비다. 연주 초기에는 집시 언어인 ‘로마니(Romany)’로 서로 서먹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집시들이지만 연주가 거듭될수록 서로의 음악과 춤, 그리고 음식까지 나누게 된다. 물론 쟈스민 델랄 감독은 이들의 연주 여행만을 카메라에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고향을 찾아 ‘결혼과 장례’라는 집시 음악 연주의 핵심을 통해 그들의 삶과 한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향한 그들의 절규’를 들려주고 있다. 집시에 대한 조니 뎁의 인터뷰도 양념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