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에서 일을 하는 인배는 삶이 팍팍하다. 아버지는 병들어 누워 운신조차 못하고, 집안 살림은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할머니가 맡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여자 친구, 애란은 그가 감시하는 공장의 여공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애란이 천만 원이 든 돈 가방을 건네며 인배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인배는 돈을 마다하지만 애란은 떠넘기듯 돈을 맡긴다. 잠시 망설이던 인배는 그 돈을 헐어 벅찬 빨래로 고생하던 할머니를 위해 세탁기를 사고 고기를 산다. 그리고 모처럼의 풍족한 가족 식사를 준비한다. 그러나 이 소소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신민재 감독의 졸업 작품인 이 영화 <성북항>은 용역깡패인 남자의 고단한 삶의 이면들을 추적한다. 사회적으로 결코 곱게 보이지 않는 이 남자의 직업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족을 묘사하는 소박한 장면들은 그를 더 이상 편견 속에 가두어 보지 않게 만든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남자지만, 그가 할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결국 자신까지 외항선을 타기 위해 홀로 항구에 서 있는 마지막 장면에선 고단한 노동자의 묵중한 삶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