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새장가를 위해 베트남 처녀를 고른 주인공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버린다. 외국인 노동자나 동남아시아 처녀와의 결혼을 비판적이거나 우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많다. 아마 소재가 주는 윤리적인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는 이러한 압박감을 다루면서도 슬쩍 비켜날 줄 아는 요령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될 사람과 짜장면을 먹고, 신발을 사주는 친절을 베풀면서 호감을 느끼게 된 아들의 심경과 행동이 코믹하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일종의 화풀이로 풀어간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라는 광고 현수막을 찢어버리거나 결혼을 서두르는 아버지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관계들이 사려 깊게 다뤄지지는 못하지만 ‘타자’를 다루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