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판문점 JSA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김훈 중위.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군사법부와 법의학자들 그리고 주한미군에 의해 성급하게 자살로 결론 내려진다. 감독은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와 수많은 자료화면들을 통해서 ‘자살’이라는 군사법부의 결론을 요목조목 반박한다. 인터뷰들은 군대라는 조직의 생리와 수사상의 허점을 폭로하고, 수집된 자료화면들은 사건의 수사가 얼마큼 허술하게 진행되었으며, 많은 의혹들을 남기고 있는지를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의혹을 충분히 드러낸다. 또한 아직도 변하지 않는 폐쇄적인 군대조직의 문제와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영화의 초반과 마지막에 나오는 나레이션은 진한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는데, 감독의 목소리지만, 김훈 중위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이 목소리는 자신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기를 염원하며 진실의 문을 떠도는 영혼의 목소리이며, 진실을 밝히려는 감독의 목마른 목소리이다. 문득문득 삽입되는 의장대의 사열연습장면은 선량한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이들 중 누구라도 김훈 중위처럼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