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마하피 감독의 <고독한 전쟁>은 전쟁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세상이 끝난 시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절망스런 또 다른 세상에 관한 영화이다. 스탭 한명 없이, 재정도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펜실베니아에 사는 농부 세 명과 함께 실제로 4년 동안 생활하면서 촬영한 이 영화는 극영화이지만, 실은 다큐멘터리에 더 가깝다. <고독한 전쟁>은 버려진 황량한 땅에 사는 세 인물의 내적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쓸쓸하면서도 정감 어리고 우수 깊은 화면으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었다. 감독 본인은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 인간에 대한 커다란 공부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감독 제이크 마하피는 미국인이지만, 그는 영화 공부를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 주립대학에서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에는 러시아 영화의 전통, 특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향이 그대로 화면에 드러난다. 화면 구도를 비롯해서 여러 모티프, 세세한 부분의 처리 등 7편의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모조리 섞어놓은 것 같다.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편집, 인간의 문명에 대한 비판, 신과 구원에 대한 문제 등 이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게 바치는 오마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