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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영화: 스르단 고루보비치, <아버지의 길>
2021-09-23 11:00:00Hits 118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2021-09-23

순한 아버지는 어떻게 길의 전사가 되었는가
[함께 읽는 영화] 스르단 고루보비치, <아버지의 길>

안녕하세요, 전주국제영화제 뉴스레터 '함께 쓰는 편지'입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아쉬운 연휴의 막바지에 반가운 소식과 함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지요.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아버지의 길>이 오는 9월 30일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길>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수입을 결정한 열세 번째 작품이기도 한데요. 그만큼 예술영화에 관심과 조예가 깊으신 분께 올해의 필람작 중 하나로 감히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국내외 수작을 집중 발굴하여 소개함으로써 예술·독립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관심과 필요에 보답하는 일이, 저희 전주국제영화제가 우선하는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길>은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관객상과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 수상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 또한 동유럽의 떠오르는 거장이자 발칸 반도의 '다르덴'이라 평가되며 평단과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요. 2013년의 <써클즈>를 포함하면, 그의 네 편의 연출작 중 두 편이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 목록에 오른 셈이니 무척 대단한 성과입니다. 

오늘은 올해 전주에서의 상영 기회를 아쉽게 놓치신 분께서도, 정식 개봉 전 작품의 갈피를 미리 더듬어볼 수 있게끔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원고를 한 꼭지 준비했습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영화와 함께해 온 믿음직한 평론가 중 한 분이지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진행한 <아버지의 길> GV를 진행해주시기도 했고요.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시선으로 읽는 <아버지의 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시선으로 읽는 <아버지의 길>👇

아버지(고란 보그단)는 지체 없이 걸었다. 시골 마을 그라브에서 수도 베오그라드까지, 거리로 따지면 300km가 넘었다.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수군거렸다. 아버지도 모르지 않는 바였다. 그래도 갈 수밖에 없었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해고당한 자신을 두고 지방 관료가 부모 자격이 없다며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위탁 가정에 맡겨서다. 

고압적으로 나오는 지방 관료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아버지는 중앙 정부에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겠다고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좋겠지만, 퇴직금은커녕 밀린 월급 정산도 못 받아 돈을 쓸 여력이 없다. 아버지에게 남은 건 몸뚱이와 체력뿐이다. 자식을 다시 보겠다는 일념 하나 만으로 5일 동안 걷고 또 걸었다.


거짓말 같은 이 사연은 실화가 바탕이다. 세르비아의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은 장관과 면담하겠다며 중앙 정부 건물 앞에서 몇 날 며칠을 기다린 어느 아버지의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의 길>을 떠올렸다. 장본인을 직접 만나 사연을 들으면서 스르단 고루보비치는 조국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사건의 역사를 길처럼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로드무비, 즉 길의 영화로 장르를 설정한 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 관객에게 주입하기보다 길을 걷는 아버지 주변의 풍경을 통해 유추하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듯 제 색깔을 간직한 원형의 자연 속에 거칠게 낙서한 듯 헐리고 방치된 건물의 잔해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때 지역 경제를 떠받쳤던 공장은 귀신의 집처럼 녹슨 채로 버려졌고, 노동자들의 차량에 휘발유를 넣어주며 밤거리의 불빛을 밝혔을 주유소는 들개가 들락날락하는 폐건물로 전락했다. 버스 탈 여비도 없는 아버지에게 편안한 잠자리는 언감생심, 인적 없는 주유소에서 잠을 청하는 그는 말하자면 들개의 형편이다.


실제로 스르단 고루보비치는 들개와 같은 동물로 아버지의 처지를 은유한다. 숲을 통과하던 중 토끼와 눈을 마주하는 아버지는 한때 그가 순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한다. 아내도 마찬가지여서 남편의 해고에도, 청산 받지 못한 월급에도, 없는 살림에 어떻게든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을 꾸려왔다. 

그랬던 아내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빈곤을 참지 못하고 남편의 전 직장을 찾아가 당장 돈을 내놓으라며 배수의 진을 친다. 원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자 스스로 몸에 가연성 액체를 뿌리고 분신하는 일련의 행위는 죽음마저 불사하는 이들 삶의 위태로움을 고스란히 증언한다. 

삶을 보장받지 못해 배고픈 늑대가 된 아버지와 어머니는 타의에 의한 가족 해체에 아이들만큼은 품에 두려 마지막 ‘몸부림’을 펼쳐 보인다. 독기를 품고 길을 나선 아버지와 살기를 머금었다가 사지를 헤매는 어머니는 어쩌다가 포탄의 잔해와 같은 신세가 되었는가.


세르비아의 현대사는 분리와 독립으로 인한 혼돈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와 보스니아의 독립으로 유고가 붕괴하고 신(新) 유고 연방은 다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분리되면서 현재의 세르비아는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혼란한 틈을 타 관료의 부패가 끼어들었고 빈익빈 부익부의 부조리가 일상이 되었다. 

지방 관료에게 수난을 당한 후 귀가하는 아버지는 가장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군식구인 듯한 인상이다. 내부에 자리 잡은 카메라가 손님을 맞이하듯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버지를 응시하는 장면은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경유하여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과연, 세르비아의 주인은 누구인가. 

복지부 차관을 만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한다. 테이블의 자리를 잡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야 할 의자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아내는 여전히 입원 중이고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만날 수 있다. 아버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가족 결합을 위해, 이 땅의 주인이 되기 위해 계속 걸을 것이다. 순하고 꾸밈이 없던 아버지는 불합리한 현실에서 전사가 되었다.
허남웅(영화평론가)
2001년 딴지일보 영화팀 기자로 경력을 시작하여
<스크린> <무비위크> <맥스무비 매거진>과 일했다.
2010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를 거쳐 현재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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