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의 성장이란 어른들에게는 하찮게 보일지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무게의 존재감이다. 소연은 중1의 여학생이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좋아하는 오빠에게 기타를 사줄 수 있을 것 같다. 피아노 학원비를 저렴한 대학생 레슨비로 대체한 까닭이다. 그러나 정작 레슨은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채워진다. 소연은 또래 소년과 첫 경험을 갖기로 결정한다. 마냥 어려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기타를 사는 일도 실패한다. 성장이란 이처럼 당돌한 결심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며 해치우듯이 결심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섬세하게 대상을 따라가던 영화는 10대의 문화와 감수성을 한 발짝 물러나 건조하게 담아낸다. 소녀의 성장 영화로 주목할 만한 것은 소녀의 성 또한 성장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성을 모두 해치우듯 하는 어떤 걸로 여긴다. 성경험은 요란스럽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감독은 적당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치 세상을 다 경험한 듯한 소녀의 무표정한 클로즈업에서 끝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