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에 대한 호기심 어린 정보들이 기껏해야 이해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나세르 라파예의 극영화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귀중한 텍스트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이슬람 세계는 단일한 사회문화적 구성체가 아니라 종파와 국가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있다. <칸다하르>의 억압적인 가부장제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차라리 행복해 보일런지도 모른다. 미국과 결별한 강경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속에서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한결 자유로운 생명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처럼 시작된 이 영화 속에 빠져들면서 우리는 곧 이란이 결코 ´천사들의´ 혹은 ´가베의´ 나라가 아니라 동시대적인 삶을 역동적으로 전개시켜나가고 있는 사회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감독은 전통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이란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대학입학시험을 치루기 위해 모여든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들은 단순히 가부장제의 희생자로 환원되는 대신 각각의 목소리를 지닌 주체로 등장한다. 경비병을 놀려대는 평범한 소녀들에서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듯 시험장으로 온 여성, 아기를 데려온 엄마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은 나이도, 계급도, 성향도 다르다. 이 영화는 그녀들이 시험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물리적 시간과 영화적 시간을 일치시키며 여성들 내부의 차이를 섬세하게 스케치하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탄식과 희망 사이에 존재하는 이란 여성의 정치학을 관념이 아닌 현실로 구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