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인간적인 비애를 들춰내는 일은 이제 그만 하자. 우리는 웃고 울고 감동 받기를 원하지 않는가." 달콤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순수한 사건>으로 데뷔한 대만의 젊은 감독 홍지육의 발언이다. 그는 후 샤오시엔의 밑에서 일을 했지만, 스승의 명성이 갖는 무게나 대만의 ´어두운 리얼리즘(dark realism)´ 색채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작품을 들고 나왔다. 혹자는 이를 제3의 뉴웨이브, 포스트 뉴웨이브, 울트라 뉴웨이브라 부르기도 하고, 대만영화에 드디어 상업주의가 안착했다고 평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제 후 샤오시엔과는 다른 세대들의 등장을 알리는 확실한 신호탄인 셈이다. 테 위안과 리 웬의 결혼식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5년 후 권태기에 들어선 이 부부가 겪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다. 테 위안은 캐리어 우먼인 행리에게 이끌리면서, 만약 리 웬이 어느 날 사라진다면 모든 생활이 좀 더 활기차게 변하지 않을까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 그가 바라던 일은 아주 엉뚱하게 벌어진다. 사소한 오해로 인해 리 웬이 어린 창녀 미나와 양아치 파 커플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다. 이 귀여운 납치극이 벌어지는 며칠간, 리 웬은 이들 젊은 세대의 사랑에서 어떤 활력을 얻게 되며, 테 위안은 지난날 리 웬에게 품었던 사랑의 불씨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조연이지만 어린 창녀 미나와 양아치 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만 영화의 청춘남녀들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당당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이들 커플에게서 리 웬이 생의 에너지를 발견하듯이, 홍 쯔위 역시 이들 젊은 세대와 호흡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