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지닌 매력 중의 하나는 명맥이 끊어진 고전 장르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뮤지컬 장르라고 한다면(<인어공주>의 사례), 다른 하나가 무성 코미디다. 대사 없이 슬랩스틱에 가까운 액션과 상황을 통해 전개되는 <월-E>의 장면들은 무성 코미디가 여전히 매력적임을 증명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진 것은 SF 장르의 상상력이다. 몰락해 버린 지구 위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오래된 로봇의 슬랩스틱은 작은 몸짓들이야말로(식물의 자라나는 몸짓, 청소하는 로봇의 몸짓) 파국의 미래에서도 생생하게 피어나는 활력임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적인 성찰을 지닌 이 작품은 스스로를 ´월-E´라고 부르는 존재를 통해 작음 몸짓 하나가 지구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브와의 로맨스는 물론이고, 우주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월-E´의 대비는 인간적인 로봇의 몸짓과 둔중한 기계와도 같은 인간의 몸을 대비시키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애니메이터들의 섬세한 묘사는 전도된 시대를 향한 개그의 터치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