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한 침착과 탐미적인 미장센으로 80년대 아시아 영화를 대표했던 중국 제5세대 감독들과는 달리 중국 제6세대 감독들의 관심은 지금/여기의 중국에 놓여 있다. 그들은 미학과 은유에 기울었던 선배들과 절연하고 검열과 싸우며 비판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북경 영화 게릴라들이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한 명인 왕 샤오슈아이의 <북경 자전거>는 제6세대 감독의 저력과 매혹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북경판 자전거 도둑´ 이라 할만하다. 시골에서 이제 막 상경한 우편배달부 구웨이는 아직 대금을 다 지불하지도 못한 자전거를 잃어버린다. 북경을 헤매면서 자신의 자전거를 찾아내지만 지안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자전거를 두고 지지부진한 진창 같은 싸움을 되풀이한다. 이상한 것은 어느 누구도 상대를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고 한밤중에 몰래 다시 훔치거나 친구들을 동원하여 폭력으로 뺏어오는 것이다. 그들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존의 방식을 꾀하는 그들의 해결책은 놀랍다. 물론 사회는 그들을 그 상태로 놔두지 않지만… 단순한 서사 안에는 현대 중국 사회에 관한 날카로운 진술과 비판이 빼곡히 담겨 있다. 북경의 마천루와 뒷골목을 잡아내는 감독의 시선은 그 자체로 중국 사회에 대한 논평이며 자전거는 중국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하층민들에게 일종의 상징이며 그 자체로 중국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생생한 성격화와 풍부한 서사, 관객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모던한 영화언어가 돋보이는 <북경 자전거>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