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화면 속에 그녀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녀의 손엔 큼직한 반지가 끼워져 있고, 손톱은 날렵하게 다듬어져 있다. 공들여 가꾼 듯한 고운 두 손을 초조하게 비비면서 말없이 수심에 잠겨 있다. 화면이 컬러로 바뀌면, 웃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유난히 도톰한 입술에 발라진 장밋빛 립스틱이 눈부시다. 흑백과 컬러 사이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카메라 앞에서 그녀가 건네는 이야기들은 사실 특별하달 것도 없다. 다만 그 묘사가 생생하고 사실감이 있다는 것밖에는…. 그녀는 낯선 곳에서 겪은 뜻밖의 성 체험 뒤에 찾아드는, 울고 싶을 정도로 처절한 고독감 속에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이어 끼어드는 흑백 화면 속의 그녀, 긴장된 표정으로 수술대에 눕는다. 귀신을 목격했던 장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사람이 죽었던 곳이더라는 얘기 뒤에는 귀신을 피해 도망가는 그녀의 모습을 재연하는 화면이 이어진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핸드백을 움켜쥔 채, 간간이 뒤를 훔쳐보며 발길을 재촉하는 그녀, 마침내 저 끝 밝은 곳으로 사라진다. 이젠 흑백화면 속이지만 그녀는 수줍게나마 웃고 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중국의 유명한 현대 무용가 진싱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