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배우의 것으로 보이는 영화가 있다. 이는 결국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단순한 차원 이상으로, 배우가 영화 속 세계를 성립 가능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는 의미다. <동아>야말로 바로 그러한 ‘배우의 영화’다. 동아를 연기하는 심달기는 그 작은 몸으로 <동아>의 세계를 버티고 선다. 오해는 말라. 나는 연출과 연기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다. 동아가 남자친구와 모텔에 간 장면에서 동아는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길게 바라본 후, 이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한번 짧게 바라보는데, 이 장면에서 권예지의 연출은 무척 인상적이다. 동아의 감정은 단지 그 얼굴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과 그녀의 얼굴이, 그리고 동아와 그녀를 둘러싼 냉담한 세상이 제대로 매치되지 않는다면 동아의 표정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배우를 믿는 감독과 감독에게 자신을 맡긴 배우가 함께할 때 영화가 빛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동아>다. [안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