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가족을 위해 친구 나성의 살인죄를 뒤집어썼던 정철은 모범수로 복역하던 중 어머니의 사망으로 귀향 휴가를 받는다. 원전사고로 폐허로 변한 고향을 떠나 부근 마을에 있던 형과 누이동생을 만난 정철은 자기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성과 나성 아버지의 배신에 분노한다. 원전 사고지역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형과 누이동생을 위해 정철은 또다시 위험한 선택을 한다. 예산규모와 상관없이 <낯선 자들의 땅>은 잿빛 희망에 갇힌 근미래의 공동체와 인간들의 아수라장을 디스토피아로 그려낸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하강하는 궤적에 갇힌 인물들의 비극을 기어코 확인하게 만든다. 치기로 보일 위험이 없지 않으나 비관적 세계관을 거세게 밀어붙이는 감독의 연출에서 외면할 수 없는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