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출간된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기획부터 완성까지 무려 13년의 시간이 소요된 이 대작은 전제주의적인 악이 지배하는 알카나라는 행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다. 영화는 중세의 지옥을 연상하게 하는 알카나에 인본주의의 관념을 이식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보내진 전령들이 행성을 횡단하면서 겪는 사건들을 다룬다. 쇠약해져가는 육체를 끌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완성하려던 게르만은 2013년 2월 막바지 편집을 하던 중 사망하였다. 그가 죽은 뒤 게르만의 아들인 알렉세이 게르만 주니어가 남은 편집과 후반작업을 대신하여 이 영화가 완성되었다. 뚜렷한 중심 서사 없이 흘러가는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어떤 관습과도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진 초우주적인 역작이다. 영웅적 인물이나 웅대한 역사관을 포기한 자리에서 게르만은 우주의 위계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도전한다. 게르만에게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러시아에 대한 영화였고, 그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의미, 감성을 찾아가는 영화였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