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캐릭터들은 술래잡기를 하듯 서로를 찾으며, 서로를 좇는다. 무성영화의 기법을 응용하여 종이에 적은 말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인물들끼리 서로 뒤엉키며 움직이는 세계의 모습을 통해 리베트의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1952년 작. 한 마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환대하는 인물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드라마. 그것은 하나의 소우주를 연상시키면서 쉴새 없는 관계의 고리들을 만들어 낸다. 리베트 특유의 카메라 운동과 인물을 포착하는 순간들이 담긴 진정한 시작의 영화.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