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물성을 우아하게 다루는 안도 타다오는 걸출한 건축가다. 지금까지 안도 타다오의 건축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몇 편 있었지만 이 영화는 보다 더 안도 타다오의 개인적 삶에 밀착해 어떤 말로도 요약할 수 없는 그의 개성을 해부한다. 복서 출신에 학벌도 없는 그가 다른 사람이 주목하지 않은 콘크리트의 실용적 기능과 예술성을 함께 끌어내 건축물에 구현할 수 있었던 그의 철학의 면면을 건드린다. 한편으로 독재자에 가까울 만큼 주변을 압도하는 그의 마력도 생생하게 보게 된다. 차돌처럼 단단한 인상을 주는 이 남자가 어떻게 자기 삶과 예술세계에서 강한 부드러움을 추구할 수 있었는지도 알게 된다. 건축이라는 것이 하나의 예술이면서 동시에 고객의 주문에 좌우되는 피동적인 비즈니스라는 걸 감안할 때, 저돌적으로 자기 세계를 관철하는 가운데 고객의 요구도 만족시키는 그의 놀라운 균형감각의 원천을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상에 올라 굴러떨어지지 않고 계속 최고를 추구할 수 있는 그의 단련된 정신의 근육이 보는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