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영화 관객점유율 90퍼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영화 시장, 그 중에서도 발리우드 시장에는 매년 걸출한 십 수 명의 신인 감독들이 앞 다투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발리우드 시장 자체의 폐쇄적이지만 안정적인 구조가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공급과 소비의 순환이 짧고 굵게 이뤄지는 만큼, 영화 관계자나 관객 등을 막론하고 ‘발리우드’ 자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독특한 신고식을 치른 일부 감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독들은 전형적인 발리우드의 문법 내에서 데뷔작을 제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너, 하나는 나>의 샤쿤 바트라 또한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발리우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발리우드 슈퍼스타인 까리나 카푸르와 임란 칸이 주연을 맡으면서 발리우드 첫 장편 감독으로는 이례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나는 너, 하나는 나>는 2, 30대의 풋풋한 사랑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서구의 문화를 전적으로 흡수하며 자랐던 인도 중산층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은 영화다. 항상 가족의 억압에 눌려 자신을 숨기며 살아왔던 남자 ‘라훌’을 포커페이스로 충실히 연기해 낸 임란 칸과 수다스럽고 걱정 많은 현대 여성의 전형을 보여준 까리나 카푸르의 연기가 효과적으로 충돌하여, 발리우드 영화에서 찾기 힘든 다소 진지한 주제도 놓치지 않으려는 영리함을 보여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