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연화 감독의 는 현대의 악몽을 형상화한다. 보이지 않는 계급 분화가 엄존하는 사회, 물질을 탐하는 욕망이 자라날수록 이곳에서 수직적 계급의 위계는 더욱 험준해진다. 영화가 열리면 수직의 판(또는 절벽)에 매달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운동이 시작된다. 오르려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급기야 판 전체를 빽빽이 채울 정도로 늘어난다. 그러나 잠시 뒤 검은 파도가 그들을 일거에 휩쓸어 시체들의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다. 이후부터는 높은 곳을 향하는 애절한 운동, 그들을 휩쓸어가는 운동의 되풀이다. 용케 파도의 공격을 피한 한 사내는 시체의 산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지만 이내 한 친구의 눈동자에 어리는 눈물을 보고 침울해진다. 는 한 편의 추상화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생존을 위해 사악해져야 하는 인간과 그들이 벌이는 탐욕의 드잡이 싸움은 현대 사회의 풍경과 겹친다. 위와 아래, 지배와 피지배, 생존과 죽음을 사이에 둔 선택 안에서 인간들 간의 지배관계는 하나의 숙주가 되어 괴물의 형상으로 변한다. 추락한 시체들의 더미가 만들어낸 괴물, 그들은 위압적인 파도 소리에 포위되어 바다를 어슬렁거린다. 실험적인 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이미지들은 화려한 색을 배제한 흑백의 드로잉만으로도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