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낮에 읽었던 동화책의 무서운 괴물이 떠올라 잠을 못 이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하룻밤의 이야기이다. 불을 끄고 깜깜한 방에 누워있노라면 창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가느다란 불빛으로 인해 더욱 크고 기괴한 실루엣을 자랑하던 방안의 가구들. 그 어둠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작은 스탠드 조명을 켜면 나타나는 그림자 괴물. 그림자 괴물을 물리칠 것인가, 어둠의 공포를 몰아낼 것인가의 갈림길에 선 어린이의 하룻밤 성장드라마와 같은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겁 많고, 순진하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게 될 것이다. 그림자 괴물의 다채로운 변신 과정은 애니메이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적 매력이며, 이제는 어른이 된 감독의 아직 녹슬지 않은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유쾌한 작 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