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긴 러닝타임 때문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키들랏 타히믹의 <무지개 가운데는 왜 노란색일까?>는 상영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영화이며, 그래서 더욱 과소평가된 작품일 것이다. 1981년부터 1993년까지 키들랏 타히믹의 사생활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 영화는 감독 자신과 그의 역사, 그리고 그의 신념을 세밀하게 엮어 낸다. 아마도 타히믹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키들랏 타히믹 인생의 다양한 면이 담긴 영상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거리낌 없이 감독의 사생활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즉, 키들랏 타히믹의 복잡한 가족사를 알게 되고, 그의 창작 작업과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게 되며, 개인적인 성장과 함께 했던 정치적 사건들 위에 그를 투영하게 된다. 키들랏 타히믹 특유의 덕목인 너그러움과 겸손함으로 한 아티스트의 여러 가지 면모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무지개 가운데는 왜 노란색일까?>는 매우 중요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키들랏 타히믹은 가장으로서의 어려움, 바기오 시에 새로운 예술인 공동체의 설립을 도우면서 느낀 어려움, 마르코스 정권 이후 민주주의의 고조와 이내 들이닥친 실망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서사의 범위와 영화적 포부를 고려할 때, <무지개 가운데는 왜 노란색일까?>는 스스로 중요해지려는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심 없이 관객들에게 마음을 터놓는 일기처럼 느껴지며, 그런 의미에서, 키들랏 타히믹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무리하지 않고 편안한 위치에서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진정성이 영화에 가미되어 있다. 아마도 정해진 대본이나 창조적인 개입 없이 촬영했을 이 영화는, 적극적인 참여자의 눈을 통해 개인과 문화와 민족의 역사를 펼쳐 보이며 그 의미를 환기시킨다. (프란시스 조셉 오그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