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빠른 편집, 움직이는 역동적인 촬영 스타일로 무장된 재미있는 청춘 드라마, 젊은 필리핀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마닐라에 위치한 한 사립고등학교, 이곳에서 졸업을 몇 달 앞둔 고교생들 각자의 이야기와, 10년 후 동창회를 통해 만나게 될 성인이 된 그들의 현재가 교차되어 오가며 스크린 위로 펼쳐진다. 실제 학생들과 배우들이 영화 속에 한데 섞여 고교졸업반의 희로애락을 엮어 나간다. 설익은 풋풋한 사랑, 삼각관계, 동성간 우정 이상의 애정, 대학 진학의 압박과 설렘, 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 애증으로 얽힌 부모와의 관계, 교사와 주고 받는 친밀감, 친구들간의 계급 차이 등 보통사람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특별하게 전달된다. 영화는 가벼운 코미디와 진지한 드라마 사이를 왕래하며 강약의 리듬을 발휘한다. 수다스럽고 가벼운 분위기를 내는 가운데 간혹 전교 운동회 같은 실제 장면들이 섞여 들어가며 희한한 감정의 고양을 이루어내는 등 영화는 다양하게 즐거움을 전달한다. 특히 음악의 사용이 출중하여, 시종일관 움직이는 카메라와, 빛나는 젊음의 순간들을 점프컷으로 연결하는 편집을 매끄럽게 다리 놓아 준다. 온갖 고뇌와 아픔으로 점철된 불꽃 같던 그 시기, 청춘을 즐기는 자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질 자격이 있다. 그리고 지나간 그 시절은 늘 그렇듯 아름답게 기억된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