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 영화가 요령부득의 광적인 영화라 생각할 것이다. 반면 누군가는 이 영화가 슬픔과 분노, 비장함으로 가득한 정치 영화라 생각할 것이다. 왕성한 창작열과 미학적 실험, 거침없는 발언으로 한국 독립영화의 표현의 한계를 확장해온 김선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로 한국사회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다. 한편, 애니메이션, 스크래치, 다양한 실험영화적 기법 등을 자유분방하게 활용하고 픽션과 다큐멘터리, 퍼포먼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 영화는 의외로 명쾌한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 포돌이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냉혹하기 짝이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를 향한 포돌이의 갈망은 좀처럼 응답받지 못한다. 포돌이의 부모는 비정하고 무관심하며 음란하다. 영화는 ‘부친찾기’라는 원형적 모티프 속에 한국사회의 산업화, 근대화 과정을 요약하면서 현재의 역사, 정치적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나아간다. 한편 빌헬름 라이히의‘성의 억압’가설을 끌어들이면서, 포돌이가 경험하고 내면화해 온 폭력과 억압의 기제가 근본적으로 성의 억압과 긴밀하게 얽혀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포돌이가 지하실에서 마주친 피리 부는 소녀는 포돌이의 억압된 성적 욕망을 해방시켜주는 상징적 구원자다. 취한 듯 흐르는 소녀의 피리 소리가 포돌이의 억눌린 욕망을 일깨웠을 때 포돌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성의 해방과 정치적 해방. 한국사회의 역사, 정치적 맥락에 대한 약간의 고려만 있다면, 이 광란의 충동에 휩싸인 영화는 의외로 아주 쉽게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 영화일 것이다. (맹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