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랑이나 인간애처럼 항상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테마였다.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고전적인 드라마였으며, 현대의 장르영화에도 흔히 사용된다. 고전적인 가족애에 대한 경직성과 불편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대안가족’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재회>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매우 흥미롭고 다의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영화의 원제‘아버지의 부재(fatherless)’는 극 초반에 흩어진 가족들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원인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 세상이기도 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생물학적 아버지를 쫓지 않는‘가부장의 부정’에 대한 이상 위에 놓인 것은‘한스’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자유로운 공동체에서의 유년기 경험을 가진 자녀들이 다시 모였을 때, 그들은 성장하여 또 다른 예비부모들이 되었으며 각자 다른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역시 그들의 아버지였던‘한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교묘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배치된 이 가족의 비밀을 쫓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고전적 가족과 대안적 가족 사이에서‘나’를 발견하며 다시금 이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우리들의 가족이‘나’에게 남긴 상처와 애증, 그리고 다시 내가 만들어 갈 또 다른 관계-가족에 대해서. 그 가족의 형태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말이다. (김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