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라는 영화를 만들게 한 추동력으로 가장 먼저 꼽아야 할 것은 아무래도 영화를 찍은 폰타이냐스(리스본 외곽에 위치한 슬럼가)에 대한 코스타의 매료가 아닐까 싶다. 그 시발은 코스타가 전작 <용암의 집>을 촬영한 때로 돌아간다. 카부베르드에서 촬영을 마치고 떠나려 할 때, 코스타는 폰타이냐스에 있는 일가친척들에게 전해달라며 편지, 담배, 쌀, 커피 등이 담긴 큰 플라스틱 가방을 섬 주민들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코스타는 폰타이냐스라는 곳을 찾아갔고 또 그곳에 머무르기 시작했으며 거기에서 영화를 만들게까지 되었던 것이다. <뼈>의 이야기란 것은 얼핏 봤을 때에는 어떤 조종의 손이 없이 임의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분명히 코스타라는 영화감독이 행사하고자 하는(그 자신이 의식했든 그렇지 않든) 형식화에의 의지가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데 공간상으로, 그리고 내러티브상으로 미로를 구축해놓는 그런 의지는 단순한 미학적 목표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지적해야 한다. 예컨대, 코스타가 축조 해놓는 미로 ‘들’ 속을 떠돌면서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 안의 인물들에게 모종의 정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우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소진의 감각에 짓눌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뼈>에서 드러나는 형식화에의 의지는 일단 영화감독 스스로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과묵한 방식으로 공감하고 또 그 느낌을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자 하는 태도인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고 지적해야 할 코스타의 또 다른 태도가 있다. 그것은 특히 외부자로서 카메라를 들고 자기 앞에 놓인 세계를 대하는 사람의 윤리적 태도이다. 그런 자는 그 세계에 어느 정도 관여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전부 이해하는 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코스타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카메라에 담기는 인물들과 세계의 불투명함을 그대로 살려 놓으려 한다. 이것은 우선적으로는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려는 윤리적 태도이다. 그로부터 미스터리한 것의 아름다움이 생겨나기도 한다. 형식화에의 의지와 존재 자체를 존중하려는 태도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힘들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충돌. 윤리적 태도이면서 미학적 원칙이기도 한 그것으로부터 정말이지 아름답게 창출된 영화가 <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