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한 흑인 커뮤니티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는 인종적 갈등, 개발과 환경의 문제, 전통과 모더니티의 충돌 등의 첨예한 이슈들을 다룬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갈등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시적 감수성에 녹여낸다. 흑인 노예의 후손들로 구성된 전통적인 아프로-커뮤니티인 ‘라바라’를 이끌며 땅을 지키려는 흑인 세레브로와 마을에 휴양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온 백인파 이사가 갈등하는 가운데, 다니엘이라는 매력적인 젊은 백인 남자가 마을에 들어온다. 배를 구해 콜롬비아를 떠날 계획을 간직하고 있는 미스터리한 다니엘은 영화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천진한 소녀 루시아와 친구가 되고, 세레브로의 아름다운 어린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영화는 다니엘의 서사를 따르기보다는 원주민들의 생활상에 초점을 맞추어 아름다운 섬의 풍광과 성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아프로-커뮤니티의 활력을 담는 데 공을 들인다. 영화는 한 편의 아름다운 에스노그라피이다. 감독은 핸드 헬드 카메라와 풍부한 효과음을 사용하여 비전문 배우들인 섬의 원주민이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문화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채집한다. 에피소드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아도 영화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레게음악과 춤이 있고 사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태평양의 외딴섬을 기록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리고 영화는 로컬 문화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