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무언가 경험하려는 관객들에게 이 같은 영화 제목은 얼마나 난해한가? 앤디 워홀이 바로 이처럼 말할 것이다. 라야 마틴의 영화들은 매우 개념적이다. 이는 복잡하게장면을 구성하지 않으려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그의 영화는 디지털 기술로 된 인내시험이상의 참을성을 요한다. 라야 마틴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아니, 어느 정도는 영화를 보는 우리의 상상력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연인들>과 사촌격인 <오토히스토리아>에서 두 젊은 남자의 생각을 통해 그러한 시도를 보여주는데, 현대적인 옷차림의 두 젊은이는 필리핀의 혁명영웅인 안드레스 보니파치오와 그의 형제 프로코피오다. <연인들>에서는 어느 한 순간의 가능성에 그러한 인내를 요하는 것을 투여해낸다. <연인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영화로, 영화 속 모든 움직임을 매우 절제한다. 그리고 서서히 영화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불안으로 가득 차오르게 된다. 영화에 관해 이렇게 간단하게 글을 쓸 때 영화의 내용을 누설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 된다. 대신 어떤 장면들을 이용해 어떻게 편집을 해서 영화가 완성했는지, 혹은 드라마가 제거된 상태에서 멜로드라마는 무엇이 되는지, 영화를 함께 본 동반자가 영화 관람행태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편이 좋다. 영화도 이와 마찬가지로, 앤디워홀의 <블로우잡>에서 이러한 자극을 관객들에게 주듯이, 라야 마틴의 <연인들>의 힘 역시 영화의 완성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사유하도록 만드는 힘에 있다. 아마도 라야 마틴의 작품들은 제 멋대로 이고, 보고 있기 힘든 영화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훌륭하게 평가하는 지지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의 작품에 담긴 관대함과 순수함 그리고 신중함이 제대로 평가 받아야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라야 마틴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감독이다. 이러한 감독이 외부세계를 향한 자신의 감각과 정서를 자기 안에 있는 모든 미학적 성찰을 통해 그의 영화 속에서 보다 신중하고 본질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내려야 한다. 그러한 평가야 말로 그의 작품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