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삼인삼색 2008> 참여 감독 가운데 하나인 마하마트 살레 하룬이 관객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그의 두 번째 장편 <아부나>(2002)이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세 번째 장편 <다라트>(2006)와 더불어, 이 영화는 감상(感傷)과 거리두기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발견해내는 - 그럼으로써 예술가가 세상에 대해 취하는 태도로서의 휴머니즘의 힘을 설득력 있게 웅변하는 - 하룬 감독의 특징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형제는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알고 실의에 빠진다. 이후 아무리 기다려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영화관 - 이 영화관 외벽에는 채플린의 <키드>(1921)와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1984) 그리고 이드리사 우에드라오고의 <야바>(1989)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을 찾은 두 형제는 스크린 위의 한 배우가 다름 아닌 아버지임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몰래 영화관에 숨어들어가 필름을 훔쳐온 두 형제, 하지만 결국 도둑질은 탄로가 나고 어머니에 의해 둘은 규율이 엄한 코란 학교로 보내진다. 다분히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하던 <아부나>는 어느 순간 슬쩍 분위기를 바꿔 애타게 아버지를 찾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차드 공화국의 현실에 관한 우회적인 발언처럼 풀어낸다. 감독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매 숏마다 감정을 불어넣는다. 황량한 풍경 속을 걷는 두 형제의 모습이나 나란히 선 아이들의 얼굴 등을 차분히 바라보는 데서 느껴지는 응시의 힘이 아주 강렬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