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한 지붕에 살지만 애정으로 묶이지 않을 때 관계의 뼈만 남게 된다. 관계의 뼈는 일상을 장악하지만 개인의 감정을 위협하기도 한다. 여고생 딸을 둔 부부가 함께 잠자리를 하지만 서로 등을 보이고 있다. 등과 등 사이는 관계의 뼈가 마주 대치하고 튕기고 있는 감정의 거리를 보여준다. 아내는 남편의 연애에 대해 궁금하고 남편은 아내의 추궁에 불편하다. 아내는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가 ‘왜 좋았는지 그리고 그 여자가 생리했는지’ 궁금하다. 아내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야기되는 여성으로서 존재의 위기를 표 나지 않게 드러낸다. 이 둘 사이에 한 남학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딸이 놓여있다. 이들의 가정은 친밀감이라는 감정의 소통 대신 각자 다른 길로 뻗어나가는 감정의 길이 다르기에 서먹함이 지배한다. 딸은 남학생을 좋아하고 과감하게 애정표현을 시도하지만 사랑이란 이름의 관계 형성에는 미진하다. 딸은 남학생의 등을 거울로 비추면서 다가가지만 남학생은 그녀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 지상에서 감정의 전쟁에 지쳐 옥상에 오르는 딸에게 엄마는 말한다. 내가 누굴 좋아했을 때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것은 일종의 기적이라고.